Back to the History2007. 7. 30. 12:13

헤지펀드 한국공격땐 무방비
전세계 1조5천억 달러...한국엔 고작 30억 달러

세계 금융시장에서 헤지펀드 위력이 급속히 커지고 있지만 한국은 아직 헤지펀드의 불모지로 남아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이 첨단 금융기법으로 무장한 외국계 헤지펀드 공격에 직면할 경우 무방비 상태로 당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헤지펀드는 각종 투자위험 관리기법에서 뒤떨어지고 기관투자가들의 시장안정화 기능이 약한 시장을 노리는 특성을 갖고 있어 한국 기관투자가와 기업들이 달러자산에 지나치게 집중투자하는 등 위험 관리에 문제점을 노출할 경우 집중 공격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금기금의 투자자금까지 받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헤지펀드들은 국제금융시장과 외환시장에서 영향력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국제금융시장에선 지난 1월 23일 오전 9시 40분 유로당 1.217달러 수준이던 유로ㆍ달러 환율이 1분 만에 1.224달러까지 급등하며 외환시장은 대혼란에 빠져들었다.

헤지펀드들이 이란이 달러자산을 매각할 것이라는 전망에 근거해 대규모 달러 매도에 나서며 전세계 외환시장이 도미노처럼 무너졌다.

지난 24~27일에 싱가포르에서 전세계 헤지펀드 매니저, 기관투자가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아시아헤지펀드 산업의 발전' 콘퍼런스에서 참석자들은 한국을 '헤지펀드의 불모지'라고 입을 모았다.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7000여 개 헤지펀드를 조사분석하는 유레카헤지에 따르면 2005년 말 기준 전세계 헤지펀드의 자산규모는 1조5000억달러(1500조원)로 추산됐다.

아시아시장은 2000년 이후 연평균 35% 이상 고속성장해 지난해 누적투자규모 1000억달러(100조원)를 넘어섰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총자산의 50% 이상을 투자한 헤지펀드가 고작 10개로 그 규모는 3조원에 그친 것으로 집계됐다.

데스몬드유 유레카헤지 컨설턴트는 "한국이 세계 12위 경제대국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헤지펀드 시장 발전 수준이 매우 낮다"며 "공매도 금지 등 투자전략에 대한 규제, 조세회피지역 펀드에 대한 과세 등이 한국 진출의 걸림돌이 된다"고 설명했다.

자산규모 세계4위 헤지펀드인 클라리움캐피털 매니지먼트의 스티브류 애널리스트는 "무엇보다도 정부 당국자를 비롯한 국민들의 거부감이 부담스럽다"며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이 쇄국정책을 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헤지펀드가 거대화되고 자금이 국경없이 드나드는 상황에서 이 같은 쇄국정책이 한국을 사냥하기 좋은 시장으로 전락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선진 금융기법에 동떨어짐으로써 외국의 헤지펀드나 사모펀드(PEF)의 적대적 M&A에 대한 대항마를 키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KOSPI200선물시장이 전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고, 원ㆍ달러선물이 시카고 선물거래소에 상장되는 등 금융ㆍ외환시장에서 파생상품의 영향력이 커진 만큼 파생상품을 주된 투자수단으로 삼는 헤지펀드의 전략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헤지펀드가 차세대 유망 투자수단으로 떠오르는 만큼 투자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도 시장여건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존 프레이저 UBS글로벌에셋 회장은 "최근 기존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가 결합된 컨버전스 상품이 등장한다"고 지적한 바와 같이 선진국에서는 이미 헤지펀드가 거액 개인 자산가 외에 기관투자가와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싱가포르 = 이효정 기자]

2006.05.29 17:12 입력

Posted by aspirinir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