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ck to the History2007. 7. 20. 12:47
도이모이 20년 베트남의 질주

베트남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고자 지난 86년 도입한 개혁ㆍ개방 정책인 '도이모이'가 올해 12월 20주년을 맞는다.

도이모이 20주년을 맞은 베트남은 최근 폐막된 제10차 공산당 전당대회에서 젊은피로 지도부를 물갈이하고 경제성장과 부정부패 척결을 목표로 내걸며 경제성장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했다.

특히 베트남은 올해 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하고 있어 제2 도약기를 맞고 있다.

베트남의 변화상과 향후 과제 등을 2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달 28일 베트남 수도 하노이의 하이바쯩 거리에 위치한 빈콤시티 백화점. 여성 화장품 코너에 세계 유수의 브랜드들이 들어와 있는 것은 물론이고 정장 코너에도 버버리, 조지오아르마니, 피에르가르댕 등의 옷들이 걸려 있다.

전자제품 매장에도 세탁기ㆍ냉장고ㆍ에어컨 등 가전제품은 물론이고 선진국 시장에서도 고가품으로 분류되는 LCD, PDP 텔레비전도 진열되어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은 물론이고 소니 필립스 파나소닉 등 세계적 메이커들이 자사 제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 백화점은 베트남 경제가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 庸?소득수준이 높아지자 2004년에 문을 열었다.

현재 하노이에는 빈콤시티를 포함해 2개의 현대식 백화점이 들어서 있다.

현대식 백화점 1호로 통하는 짱띠엔 플라자가 2000년에 문을 연 점을 고려하면 2000년대 들어 높아진 베트남 소비 수준을 엿볼 수 있다.



빈콤시티 백화점에 입점한 의류 메이커 폴로랄프로렌에서 일하는 점원은 "제품을 사는 고객보다는 아이쇼핑(eye-shopping) 고객이 주류지만 올해 설명절 때 하루 평균 매출이 평소의 2배로 늘어날 정도로 차츰 실질 구매자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하노이 법대 2학년생인 흐엉짱(25)은 "우리 부모 세대가 재래시장에서 장을 봤다면 젊은 세대들은 슈퍼마켓ㆍ할인점ㆍ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있다"며 그 동안의 변화상을 설명했다.

베트남은 최근 4년간 7% 이상의 고도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8.4% 성장률을 기록했다.

1인당 국민소득은 대략 640달러(60만원) 수준이다.


2000년 370달러 선에서 머물던 게 5년 만에 73% 늘어난 셈이다.

고도 성장에 따른 변화상은 길거리 문화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베트남은 지금 '오토바이의 나라'로 통한다.

'오토바이가 없으면 연애도 못하고 장가도 못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과거 베트남의 대표적인 교통수단이 자전거였던 것에 비하면 비약적인 발전이다.

소득수준이 높아지자 오토바이가 자전거를 대체하게 된 것이다.

베트남에서 자전거 가격은 대략 30~40달러이고, 왠만한 오토바이 가격은 700~1000달러(약 70만~100만원)다.

베트남 경제의 발전상을 보여주는 단면은 자동차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대우 매그너스 신차가 3만6000달러(대략 3600만원)로 베트남 국민들 입장에서 높은 가격이지만 그런대로 팔려 나가고 있고 한국 등에서 유입되는 중고차들도 꽤 잘 팔린다.

◆ 외국인이 베트남 경제성장 견인차

= 베트남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외국인 투자다.

지난해 총 40억달러의 신규투자 유치에 성공해 2004년 대비 80% 증가율을 기록했다.

88년 이후 올해 2월까지 총 6086건, 515억달러의 외국인 직접투자 프로젝트가 승인됐다.

국가별 투자 현황(2005년 말 기준)은 대만이 79억달러로 1위다.

이어 싱가포르(76억달러), 일본(62억달러), 한국(53억달러) 등의 순으로 아시아 국가들의 투자가 주류를 이룬다.

'도이모이' 정책에 따라 외국 자본과 값싼 베트남의 노동력이 합쳐지면서 베트남 경제를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과 베트남의 합작회사인 한비엣(HAN-VIET)중공업의 류항하 대표는 "베트남 제조업 근로자의 월 평균 임금은 100달러(대략 10만원)인 데다 노동법상 주 48시간 근무하도록 돼 있어 인건비 측면에서 매력적인 시장"이라며 외국자본과 베트남 인력의 시너지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이 회사는 두산(지분율 60%), 쌍용(10%), 베트남 산업부 산하 공기업인 DMC(지분율 30%)간 합작회사로 주로 발전ㆍ산업설비, 대형철구조물 등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과 순이익은 각각 2000만달러! , 190만달러 수준이다.

수출 비중이 90%로, 그만큼 베트남이 '수출 생산기지'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류 대표는 "베트남에서는 '외국자본이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에 외국자본 배척 문제는 없다"며 "더구나 1년에 연월차를 포함해 12일 휴가, 공휴일이 1년에 8일에 불과하기 때문에 외국기업으로선 인력시장이 탐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 교육

= 외국자본을 끌어들이기 위한 차원에서 베트남 정부는 최근 들어 초등학교 때부터 영어를 정규 과목에 포함시켰다.

과거에는 중학교 때부터 영어가 정규 과목이었지만 외국인 투자가 늘어나자 2000년대 들어 조기 영어 교육에 나선 것이다.

베트남 학제는 초등학교 5학년, 중학교 4학년, 고등학교 3학년, 대학교 4학년 등으로 구성돼 있다.

김영웅 KOTRA 하노이 무역관장은 "베트남 사람들은 가계소득 중 30%가량을 사교육비에 쓰는 등 교육열이 높다"고 말했다.

특히 베트남의 경제성장은 직업 선호도에도 많은 변화를 몰고 왔다.

과거에는 국영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가장 높았지만 점차적으로 민간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베트콤뱅크증권의 응우엔 덕 하이 과장은 "기성세대는 안정적인 국영기업을 선호했지만 젊은 세대는 급여가 높고 자기계발이 가능한 민간기업을 선호한다"며 "최근 들어 은행, 증권, 정보기술(IT) 등의 직업군이 선호도 상위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인 흐엉짱은 "'도이모이'는 베트남 경제에 '신바람'을 불러일으켰고, 젊은 세대에게 보다 많은 기회를 열! 어줬다"며 "대학생들은 외국기업에 취직하는 것을 실력 향상 기회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 2006년은 '제2 도약기'

= '도이모이' 도입 이후 절대 빈곤에서 벗어난 베트남은 올해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올해 말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추진하고 있는 데다 11월 하노이에서 아시아ㆍ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그 동안 경제성장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세계경제 무대'에 데뷔하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베트남은 소위 '중국식 경제모델'을 구체화하고 있다.

베트남 공산당은 최근 폐막한 제 10차 전당대회에서 당 핵심 수뇌부 5인방 중 농 득 마잉 현 공산당 서기장만 유임시키고 나머지 4명을 모두 교체했다.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위해선 부정부패를 없애고 능력있는 '젊은 피 수혈'이 필요하다는 당내 공감대에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아울러 공산당은 당원의 개인 사업 허용, 자본가의 당원 가입 허용 등을 확정하며 '중국식'으로 변신을 가속하고 있다.

Posted by aspirinir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