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izomE_Bridge2007. 2. 22. 04:50


블로그가 개인을 위한 공간이고 1인미디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개인 홈페이지 시절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개념입니다. 제대로 말하자면 블로그 역시 개인 홈페이지에 속합니다. [김중태문화원] 블로그는 곧 [김중태문화원] 개인 홈페이지입니다.
개인 홈페이지는 지금까지 크게 3 차례 변화했습니다. 이것은 형식적인 면으로 제가 구분한 것인데, 형식에 의해 내용이 규정되는 양상을 보이므로 내용적으로도 3차례 변화한 셈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자료(content)의 생성과 발전 유지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개인 홈페이지의 변화를 살펴봅니다.


[개인 홈페이지의 세대별 특징]


1. 1세대: HTML형 개인 홈페이지

초기의 개인 홈페이지는 홈페이지에 올리는 모든 문서는 HTML 태그로 작성한 후에 FTP로 올려야 했습니다. 매우 어려운 작업이고 전문가만이 가능했습니다. 때문에 기업 홈페이지는 물론이고 개인 홈페이지도 처음에 홍보용 문서 몇 개 올린 뒤에는 판올림이 어려웠습니다. 새로운 자료는 모두 HTML 문서로 만들어 올려야 하기 때문에 자료 갱신이 많지 않았습니다. 물론 방문자의 의견을 수렴할 창구도 없습니다. 1994년부터 약 3~4년간이 1세대에 속한다고 봅니다.

** 1세대 개인 홈페이지 특징
- HTML 태그와 FTP로 운영.
- 꾸준한 자료 등록 어려움. 새 자료(콘텐츠) 생성 거의 없음.
- 방문자 의견 수렴 창구 없음.


2. 2세대: 게시판형

방명록을 비롯하여 wwwboard나 슈퍼보드, 제로보드와 같은 게시판 프로그램이 보급되면서 만들어지기 시작한 개인 홈페이지는 2세대에 속합니다. 1세대와는 달리 게시판을 통해서 홈페이지 지기의 꾸준한 자료 등록이 가능해졌고, 방문자의 의견 수렴이 가능해지면서 좀더 활발한 콘텐츠 생산이 이루어집니다. 디씨인사이드나 각종 우스개 사이트가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 역시 게시판이라는 형식 덕분입니다. 게시판 하나에도 수 십 만개의 게시물이 작성되기도 하는데 이렇게 많은 자료는 대부분 홈페이지 지기가 아닌 게시판 사용자(방문자)에 의해 이루어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즉 홈페이지 지기가 아닌 방문자에 의한 콘텐츠 생성과 적립의 형식이 크게 유행하는 시기입니다.

블로그 이전의 게시판형 개인 홈페이지에서 홈페이지 지기는 신규 자료를 작성하는 사람으로 활동하기보다는 게시판 관리자로 주로 활동하게 됩니다. 방문자가 많은 유명 개인 홈페이지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자료(질적으로도 우수해야 하겠지만 일단 양으로 승부)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많은 방문자가 접속해 경쟁적으로 자료를 올리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전략은 간단합니다. 초기에 홈페이지 지기가 많은 양의 좋은 자료를 올리고 방문자의 방문을 유도한 다음에 방문자들이 자료를 올리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을 하면 됩니다.

그래서 많은 경우 개인 홈페이지는 각종 우스개 게시판이나 게임 자료, 미소녀 그림, 플래시 애니 모음, MP3 모음 등의 주제별 게시판을 운영합니다. 이 중에서 홈페이지 지기가 직접 만든 MP3나 직접 그린 미소녀 그림, 직접 작성한 글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 인터넷에서 받은 자료를 정리한 수준인데 홈페이지가 잘 꾸며진 경우 방문자가 많아지고 이후에는 방문자에 의해 자료가 쌓이는 단계로 진행됩니다.

인기 홈페이지의 기준은 홈페이지 지기가 얼마나 좋은 글을 올리냐가 아니라 얼마나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가 많이 올라오느냐에 의해 결정됩니다. 웃대나 디씨인사이드처럼 다양한 게시판이 있고 게시판에 많은 글과 자료가 올라와야 인기 사이트로 성장합니다. 홈페이지 인기는 주인장의 실력과 성품보다는 게시판에 등록된 자료의 양과 질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게시판 형식이 지닌 장점과 단점, 블로그 형식과의 차이에 대해서는 [나는 블로그가 좋다] 강좌 중에서 '10.2.다시 내린 블로그의 정의' 에 있는 게시판과 블로그의 차이를 참고하기 바랍니다.

** 2세대 개인 홈페이지 특징
- 게시판 프로그램 위주로 운영.
- 게시판을 통해 꾸준한 자료 등록 가능.
- 방문자 의견 수렴 가능. 주로 방문자에 의해 많은 양의 콘텐츠 생성.


3. 3세대: 블로그형

블로그는 개인 홈페이지에서는 3세대에 해당하는 형식입니다. 블로그의 형식과 게시판과의 차이는 [나는 블로그가 좋다] 강좌 중에서 9장~11장을 참고하기 바랍니다.

블로그형 개인 홈페이지는 형식적인 특징 때문에 자료 생성이 홈페이지 지기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블로거 한 사람에 의해서만 글이 등록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료 생성의 주체에서 방문자는 제외됩니다. 자료 생성은 홈페이지 지기 1인에게 부여됩니다. 홈페이지의 모든 질적 양적 수준이 블로거 한 사람에게 달린 셈이죠. 그리고 한 사람이 만들 수 있는 자료의 양이 한정된 관계로 멀티미디어 자료를 올리기보다는 글 위주로 자료를 올리게 됩니다. 대부분의 블로그 사이트는 [펌] 자료를 제외하면 블로거가 쓴 글로 이루어집니다. 또한 자유로운 주제로 글을 쓰기 때문에 특정 주제보다는 어떤 소재를 바라보는 블로거 개인의 가치관과 품성, 글솜씨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얼마나 재미있는 엽기 사진이 올라오느냐에 집중되었던 콘텐츠 중심의 시각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 하는 개인(인간) 중심의 시각으로 변화하게 된 것이죠.

이에 따라 블로그 사이트의 인기 여부는 얼마나 많은 우스개나 그림이 올라오느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좋은 내용을 담은 글이 올라오느냐, 블로거의 가치관이 어떠냐 하는 점에 의해 결정되기 시작합니다.


[블로그 사이트가 가져다 준 변화]

1. 자료 생성의 주도권이 방문자에서 홈페이지 지기(=블로거)에게 넘어옴
2. 멀티미디어(사진, 동영상 등) 자료 중심에서 텍스트(글) 중심으로 변화.
3. 자료(글)의 양보다는 질이 해당 사이트의 인기를 결정함.
4. 자료 중심의 접속 기준이 개인(인간) 중심의 접속으로 변화
5. 운영자와 손님이라는 수직 관계에서 블로거 대 블로거의 수평 관계로 통신이 이루어짐

이상의 내용을 정리해보면 개인 홈페이지의 변화는 크게 다음과 같은 차이를 가집니다.


[개인 홈페이지의 변화]

1. HTML형: 홈페이지 지기 혼자 생성 할 수 있으나 도구 미비로 신규 자료 생성 없음.

2. 게시판형: 게시판 도구의 등장으로 자료 생성이 쉬워졌으나 게시판의 특징 때문에 방문자에 의한 자료가 만들어지고, 자료 중심으로 통신이 이루어짐. 홈페이지 지기는 주로 관리자 역할을 수행.

3. 블로그형: 블로그 도구 등장으로 홈페이지 지기 혼자 쉽게 자료 생성이 가능해짐. 방문자는 자료 생성 주체에서 제외되고 홈페이지 지기 1인이 자료 생성의 주체로 우뚝 섬. 블로거 개인(인간) 중심으로 통신이 이루어짐. 홈페이지 지기는 자료(콘텐츠) 생성자 역할을 수행.


결국 블로그는 게시판형 시절에 방문자에게 뺏겼던 개인 홈페이지 운영의 주도권을 다시 홈페이지 지기에게 돌려준 셈이 됩니다. 개인 홈페이지라고 말하면서 정작 홈페이지 지기는 자료 생성에서 제외되고 방문자에 의해 자료가 만들어지고, 방문자의 수와 방문자가 올려준 자료에 의해 인기 홈페이지가 결정되던(그래서 방문자 눈치를 많이 보게 되는) 문제점이 블로그를 통해서 보완이 된 셈입니다.

블로그는 개인 홈페이지의 자료 생성부터, 운영, 인기 요소, 방문자와의 통신까지 블로거 개인에게 모두 돌려준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이것이 블로그 사이트가 널리 퍼지게 된 인기 요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그 동안 쌓은 경험과 가치관을 바탕으로 자료를 만들고 내가 만든 자료로 평가받을 수 있으며,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과 동등한 관계로 통신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애초 개인 홈페이지가 지향하던 바입니다. 블로그는 이런 점을 쉽게 구현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래서 이전의 게시판형 홈페이지와 분명하게 구별되는 또 다른 세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Posted by aspiriniron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