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hizomE_Bridge2007. 2. 22. 04:02
소셜소프트웨어(Social Software, 사회적 소프트웨어)는 개인의 존재와 정체성을 바탕으로 개인이나 사회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뜻한다. 전자우편, 메신저, 대화방, 동아리(커뮤니티), 블로그, 소셜네트워크 등이 모두 소셜소프트웨어에 포함될 수 있다. 이런 프로그램은 축제, 사교파티, 가면무도회, 문인 모임 등의 다양한 형태로 과거부터 존재했지만 컴퓨터와 인터넷을 이용한 관계맺기가 연구되면서 소셜소프트웨어라는 낱말이 등장한 것이다. 이 중 최근 조명 받는 분야는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다.

소셜네트워크는 '인터넷에서 개인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자신에게서부터 수평적으로 뻗어나가는 네트워크'라는 특징이 기존 커뮤니티와 다르다. 대장금 팬카페, 디지털카메라 동아리와 같은 기존 커뮤니티는 주제를 중심으로 동아리가 먼저 개설된다. 운영진과 회원의 수직적인 구조, 나와 상관 없이 아무나 가입한 회원과의 관계를 가지며 주제가 다른 커뮤니티와는 단절되어 있다. 반면 소셜네트워크는 '나'를 기준으로 내가 관심을 가지는 사람을 추가하는 네트워크다. 각 개인은 네트워크의 중심이자 하나의 분기점(node)이 되는 것이다. 이 네크워크는 다른 네트워크와 맞물리며 계속 커진다.

블로그(blog)는 웹로그(weblog)라는 초기 이름이 뜻하는 것처럼 웹에 기록하는 일지(log) 형태의 서비스나 프로그램이다. 블로그는 3세대 개인 홈페이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이전의 HTML, 게시판 방식 홈페이지에 비해 개인성, 편리성, 쌍방향 링크 기능이 강화된 개방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특징 때문에 언론에서는 블로그를 '1인 매체'로 표현하고 있다.

블로그와 소셜네트워크가 주목받는 이유는 개인의 정체성 확립과 인맥형성용 도구로 유용하기 때문이다. 월단평이나 왕소군을 그린 모연수의 일화는 개인의 가치 평가와 인맥이 삶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명한 사례다. 또한 왕소군을 흉노족에게 시집보내는 프로그램이나 소진과 장의의 합종연횡도 알고보면 국가끼리 소셜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개인부터 국가까지 인간사회가 관계로 이루어지는 이상 자신의 위치를 점검하는 일과 관계맺기에 대한 욕망 추구는 변함 없을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와 블로그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확산 단계에 있다. 2003년 초에 선보인 프렌드스터(www.friendster.com)는 이미 400만명이 넘는 회원이 가입했고, 세계 1위의 검색업체인 구글도 오컷(www.orkut.com)이라는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간단한 프로필과 사진을 올리는 프렌드스터 서비스와 달리 오컷은 '카르마(karma: 힌두교와 불교에서 '업'이라는 의미로 사용하는 말)' 평판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컷의 카르마 시스템은 친구 관계를 '만난 적 없음'에서 '최고의 친구'까지 다섯 가지 관계로 구분하고, '팬(fan), 신뢰도(trusty), 세련됨(cool), 섹시함(sexy)'의 네 가지 항목으로 평가하는 시스템이다. 허소의 월단평처럼 사람들에 대한 인물평을 기반으로 자신과 관계를 좀더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데, '만난 적 없지만 신뢰할 수 있는 사람' '본 적 있는데 매우 섹시함' 등의 다양한 분류가 가능하다. 이런 식의 분류는 70점이나 100점 짜리 친구라는 단순한 등급 구분보다 효과적이다.

이처럼 소셜네트워크용 프로그램과 서비스는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다. 최근 미국 SmallPlanet사에서 선보인 CrowdSurfer는 10미터 정도의 범위 안에 자신과 연결된 사람이 나타나면 무선신호를 통해 휴대전화에 알려주는 서비스다. 두 사람은 휴대전화에 표시된 상대의 프로필이나 자신과의 연관관계를 볼 수 있으며, 원한다면 인사를 나누며 사귀면 된다. 이런 서비스는 국내에서도 이미 시도된 적이 있지만 상대 정보가 표시되지 않고 특정 기기를 차고 다녀야 하는 불편 때문에 무산되었다. 또한 국내에서도 이미 오래 전에 인터넷 명함교환 서비스를 비롯한 다양한 소셜네트워크 서비스가 선보였는데 이들 서비스가 다시 새로운 기능과 이론으로 포장되어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그외 Affinity Engines, Monster Networking과 같은 서비스처럼 현재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개인과 집단 사이의 정보 교환, 비즈니스 네트워크 형성, 친구맺기, 남녀미팅 등의 다양한 용도로 개발 활용되고 있다. 관건은 사회적 관계를 컴퓨터 프로그램이 수치로 처리하는 방법인데, 오컷의 카르마시스템과 같은 평판시스템은 이런 방법의 하나로 도입된 것이다. 내게 필요한 사람을 프로그램이 알아서 추출해주고 내 소셜네트워크에 추가하고 직접 만날 수 있게 주선까지 해주는 것이 향후 진행될 소셜네트워크 프로그램의 방향인 것이다.

1인 매체 성격을 지닌 블로그는 콘텐츠 생성 수집 배포 도구로 가장 유용하다. 조인스닷컴이나 조선닷컴, 미디어몹 등의 국내 언론에서 블로그를 도입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또한 웹 RSS 수집 서비스인 bloglines.com이 최근 1억 개 엔트리를 수집하며 최고의 사이트로 인기를 끄는 것처럼 앞으로 블로그는 새로운 콘텐츠와 뉴스의 생성 수집 배포 도구로 발전할 것이다. 물론 네이버 블로그처럼 싸이월드의 커뮤니티 성격을 강화시킨 변형 블로그 서비스도 계속 개발될 것이다.

자신을 알고 성장시키며, 사회적 관계를 맺으려는 욕구가 있는 한 소셜소프트웨어는 다양하게 개발되고 선보일 것이다.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가 기존의 서비스와 다른 점은 실생활에서 이루어지는 사회적 네트워크처럼, '나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네트워크'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앞으로는 사회적 관계가 인터넷을 통해 더욱 편하고 빠르게 다양한 형태로 확장될 것이다.

본문출처 [http://www.dal.co.kr/col/organ/20041001_kcc.html]

Posted by aspirinirony